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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우의 일상 🐣/BOOK

인간실격_디자이오사무

어서오시우 2023. 12. 13.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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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실 책을 읽는 것은 종종 즐기지만 이렇게 독후감 쓰는 것이 참 재미가 없다. 어린 시절 나는 내가 보고 듣고 느낀 것에 대해 기록하는 것을 참 좋아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지루하게 느껴질 때가 더 많은 것 같다. 그럼에도 내가 이 책을 읽으며 느낀 점에 대해 기록해두고 싶은 마음이 더 크기에 독후감을 작성하고자 한다. 각 수기별로 나누어 작성하겠다.

[첫 번째 수기]
이 책은 주인공 ‘요조’가 삶을 살아가며 느끼는 것들에 대해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쓰여있다. 요조는 ‘인간의 삶이라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라고 하였다. 
첫 번째 수기는 그것에 대한 이야기가 주로 쓰여져 있다. 선로를 건너기 위해 만들어진 육교라는 것이 고상한 놀이이며 재미를 위해 만들어진 줄 알았다는 것에 대해 지금 작성하면서는 ‘어린아이라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으려나’ 싶지만, 앞서 말했듯 인간의 삶이라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글 바로 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괴이하게 느껴졌다. 
또한 살아가며 ‘배고픔’이라는 감각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였다고 한다. 어떻게 배고프다는 것에 대해 모를 수가 있을까? 배고픔이라는 것은 행복이나 슬픔과 다른 신체기관에서 작용하는 감각이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며 독서를 이어나가던 중 참으로 이상하다고 느꼈던 것은 ‘두려움’이라는 감정만은 뚜렷하게 느낀다는 것이다.
요조는 인간이 밥을 먹지 않으면 죽는다는 말에 대해 협박 또는 미신과 같이 느껴져 두려움을 느꼈다고 하였다. 또한 동시에 본인이 인간의 행위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자각하였다. 본인도 인간이면서 타인에 대해 ‘인간’ 이라고 지칭하며 관찰하는 것이 마치 외계인의 기록같이 느껴지기도 하였다.
요조는 인간에 대해 두려워하면서도 단념하지 못하였고 미움받는 것이 두려워 필사적으로, 또한 억지로 익살을 떨었다. 글을 보면 다른 이들은 이것을 보며 이상함을 느끼지 못하였고 오히려 개구쟁이, 귀여운 아이로 바라보는 듯 하다. 꼭 소시오패스같으면서도 인간적이고.. 글을 읽으면서 특유의 불쾌함을 지울 수 없다.
그리고 재미있었던 것은 인간의 행위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요조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인간의 일상적인 행위에 대한 해석이었다. 인간들이 지키는 사소한 예로부터 나오는 선의의 거짓말들에 대해 그는 이렇게 서술하였다. 
‘서로를 속이면서도 이상하리만치 어느 쪽도 마음 상하지 않고, 서로를 속이고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는 듯, 참으로 대단하고 그야말로 떳떳하며 밝고 유쾌한 불신이 인간의 삶에 넘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새로운 시선에서 바라보는 인간의 행위에 대한 해석이 흥미로웠다.

[두 번째 수기]
나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에 대해 정말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마치 필사적으로 자신이 인간과 다름을 주장하는 것 같았고, 그 말은 모순적이게도 인간에 대해 너무나도 깊게 파악하고 이해하는 것 같기도 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인간의 본질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고 이해했기 때문에 내가 다른 인간과 다름을 주장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또 그가 사랑에 빠진 순간도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돈이 없는 것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끼기도 했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자 큰 상실감과 슬픔을 느끼는 모습은.. 평범한 인간 같았다. 무엇이 그를 이렇게 배배 꼬인 사람으로 만들었을까? 언제부터였을까? 어떻게 자신이 다른 인간과는 다르고, 인간에 대해 이해할 수 없음을 어린 시절부터 생각할 수 있었을까? 정말 인간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다면, 인간의 감정에 대해 공감하지 못한다면, 내가 인간을 이해하지 못함도 인지하지 못하거나 뒤늦게 타인을 통해 배움으로써 나는 다른 인간들과는 어딘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는 아니기에 내 생각에 대해 확신할 수는 없지만 글을 읽는 동안 문득 위와 같은 생각이 떠오르는 것은 멈출 수 없었다.

[세 번째 수기]
세 번째 수기를 읽으면서도 느꼈다. 어떻게 인간에 대해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사람이 ‘자유‘를 갈망하며, 첫 번째 수기에서부터 나왔던 내용이지만 타인에게 미움받는 것을 두려워하고 눈치를 본다는 말인가. 아, 혹시 내가 이런 그를 도저히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이 오히려 그가 인간답지 않은, 인간실격이라는 의미를 내재하고 있는 걸까?
사실 생각해보면.. 어렸을 적 가사도우미에게 강간을 당하고 첫사랑과 동반자살을 시도했는데 나 혼자 살아남는 일을 겪은 사람 중에 제대로 된 정신과 치료를 받지 않고도 정신이 온전히 멀쩡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싶기도 하다. 나는 요조가 지극히 평범한 인간이라고 주장하고 싶은걸까?
요조가 자신에게 불안과 우울증이 있다는 것을 인지한다는 것을 알기 전까지는 그저 불안정한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에 대해 알게 된 뒤로 나는 그가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일 뿐이라고 생각하기로 한 것 같다.
이 책을 읽다보면 짜증이 난다. 일면식도 없는 쌩판 남의 “나는 이렇게 불행한 사람이에요. 내가 세상에서 제일 불행하답니다. 이렇게 살아온 나는 ‘인간’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해요. 그렇지만 사랑도 할 줄 알고 자유를 추구할 줄은 알아요!” 어쩌구 저쩌구 하는 말을 들어주고 있는 기분이 들어서 어쩌라는 건지.. 답답하고 짜증 나는 것 같다. 그게 이 책의 묘미라고 생각하고 읽으면 괜찮은 것도 같다.

책을 다 읽은 후 요조에게 느끼는 가장 큰 감정은 연민이다. 앞장서서 스스로를 불행과 지옥에 뛰어들고자 하는 불안정하고 불쌍한 사람.. 내가 요조같은 사람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의 옆에 있다보면 나도 같이 불행구덩이에 빠져들 것 같다. 다음에는 조금 더 밝은 느낌의 책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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